전시 EXHIBITION

술고래의 행보

‘술고래의 걸음 (The Drunkard’s Walk)’는 무작위 분자들이 공간을 날아다니면서 다른 분자들과 끊이없이 충돌하는 과정을 나타내는 임의적인 움직임의 경로를 설명하는 수학 용어다. 

임의의 한 점에서 시작하여 임의의 방향으로 움직이며 다원적 이미지 발견해 나갔던 신작의
방식과 닮아있는 점이 있어 이 용어에 이끌렸다. 내가 만들어낸 허구적 장소를, 실재하지 않지만 다녀온 곳으로 상정하고 술고래의 ‘걸음’을 ‘행보’로 바꾸어 표기했다. 

행보: 1. 걸음의 걸음을


만들어진 세계 < 만들어가는 세계

창밖으로 흘러가는 장면들을 바라보고 있다. 문득, 순간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의 흐름 속 단면을 잘라내 머리 위로 띄운다. 이 공간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무한의 인상들, 무한의 이미지가 교차하는 기하학적 도형과 선들을 타고 순간 순간 변화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상이한 요소들이 혼재된 상태, 불연속적 이미지들의 춤, 이 자체를 정체성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내가 이번 작품에서 다루는 것은 부유하는 시간 속에서 우회를 기회로 구성해보고자 했던 정신적 사건으로, 정서적, 물리적 이동이 잦았던 시기의 고민과 사유를 반영한다.  각 전시실에는 허구의 장소가 있다. 정체성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보다 “변화”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장소의 변화무쌍한 속성과 연결 지어 장소의 허구성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각 방에는 다원적이고 불연속적인 특징을 가진 이미지들이 각기 다른 표현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장 a.1: Cromatopia / 크로마토피아, 2023, 가변 설치
다양한 도시에서 작업하다 남은 다양한 종잇조각을 활용해 운동성이 강조된 하나의 장면을 만들고 싶었다. 색의 배열을 통해 관련 없는 요소들을 사이에 관계를 만들어 형태를 찾아갔다.

전시장 a.2: Emotionsphere / 감정권, 2023, 가변 설치
사람의 다양한 표정도 다원적인 이미지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한 사람이 생각하는 감정 상태가 궁금해졌다. 다양한 표정, 이모티콘과 연관 지어 생각하다 보니 어린 조카의 자유로운 그림 선이 떠올랐다. 조카에게 사람의 다양한 표정을 그려달라고 부탁했다. 다양한 표정보다는 다양한 캐릭터에 가까운 그림들이었다. 이 자체로도 좋다는 생각에 이를 이어받아 작업을 이어갔다. 다채로운 얼굴이 곰살맞게 나풀거리는 방.

전시장 b: Flowscapes / 흐름의 풍경들, 2023, 가변 설치
창밖으로 흘러가는 장면들이 있다. 문득, 순간에 뿌리를 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의 흐름 속 단면을 포착하여 들여다본다. 이 공간 내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칭적인 요소, 단일 빛 점의 변형력 등 움직임의 흐름이 느껴진다. 그래픽 기법을 통해 다원적 이미지를 포착하여 설치 작업으로 담아냈다. 

기간
2023-08-23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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