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EXHIBITION

가까스로 가까이에

(···)  모래사장을 밟고 서 있다. 잔잔한 바다, 하늘색 하늘, 시야를 가로지르는 희미한 선을 바라보다 희미해진다.
“끝 없이 펼쳐진 선에 시작점이 있다면 그것은 서 있는 것일까, 매달려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앞을 보고 있을까, 뒤를 보고 있을까?”  (···)

수직과 수평의 세계는 내가 감각하는 곳 어디에든 존재하며 이는 ‘나’와 아주 가깝게 닿아 있으면서 동시에 멀리 달아나곤 한다. 자세를 달리하는 선에 대한 주제는 무언가를 쌓고 무너트리는 행위, 서 있거나 매달린 형태, 혹은 구멍 안을 들여다보는 자신의 뒷모습을 보는 등 기존의 작업 안에서 직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왔다. 이러한 주제에 대한 관심과 탐구는 균형과 불균형, 닿아 있음과 떨어져 있음, 안과 밖처럼 이원적 상태의 완고함과 모호함, 혹은 그것이 교차하는 찰나의 긴장감에서 비롯한다.

이번 신작 Nearly Nearest(가까스로 가까이에)는 사운드 기반의 설치 작업으로 전시 속 수직·수평적 장치는 관객의 참여와 존재를 통해 완성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전시를 통해 관객 개개인의 리듬으로 발생하는 미세한 떨림의 순간을 재현하고자 한다.

관람 방법은 사각형 전시 공간의 가장자리에 걸쳐 설치된 교차하는 직선의 좁은 다리 구조물 위를 걷는 것이다. 다리와 평행으로 들려오는 초지향성 스피커의 소리와 공간 전체를 감싸듯 울려 퍼지는 또 하나의 소리는 마치 두 화자가 대화를 주고받듯이 진행된다. 

선을 따라 이어진 작업 위를 가까스로 걸으며, 가깝게 맞닿는 소리와 빛만을 의지한 채 ‘나’를 깊이 감각할 수 있는 길이 되길 바라본다.

기간
2023-08-23 ~ 2023-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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