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먹을 수 있고 무엇을 먹을 수 없는가.”
생명체는 먹이사슬 안에서 에너지원을 섭취하여 새로운 물질로 전환시키고 배출하면서 대자연의 거대한 에너지 흐름을 만들어 낸다. 인간 역시 이러한 자연의 일부이지만 인간은 스스로를 자연과 분리되어 있는 특별한 존재 혹은 자연과 융화되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존재라 여기면서 자신이 배출한 부산물 또한 자연 생태계에서 소화될 수 없는 이물질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가. 나는 먹을 수 없고 먹힐 수 없는 금단의 영역 안과 밖을 넘나들며 다초점 렌즈로 인간을 관찰하듯 인간 내면으로 초점을 맞춰 우월감과 죄책감과 같은 인간 감정의 근원을 살펴보는 동시에 인간 외부로 시야를 넓혀 영원히 순환하는 흐름 속 인간의 존재의 의의를 질문한다.
전시는 1층과 1.5층 두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층은 대자연의 질서에 귀속되어 다른 생물들과 다를 바 없이 물질 대사 흐름에 따라 에너지 흡수와 배출을 하는 인간 생물종과 유기물로 분해되고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 인간의 부산물을 관조한다. 한편 2층은 작업 과정 중 발생한 변수의 사건들에서 발생되는 윤리적 질문들을 통해 인간이 먹지 못하는 없는 것은 무엇인가 고찰해 본다.
1층 / GAIA의 눈
플라스틱의 일종인 스티로폼이 자연에서 분해되어 인간의 에너지원으로 전환되는 생태계에 관객을 초대한다. 본인은 전문가들의 자문과 과학 학술 논문을 통해 밀웜 장내에 스티로폼을 분해 소화하는 미생물이 존재하여 스티로폼을 유기물로 전환시킬 수 있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를 접하였고 이를 토대로 ‘스티로폼-밀웜-닭-인간’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 구조를 설계하고 실행했다. 3개월간 갈색 거저리 유충(밀웜) 2만 마리를 사육하며 스티로폼 조각을 급여했고, 10주 간 스티로폼을 먹은 밀웜을 육계 3마리에게 먹인 후 그 닭을 인간이 섭취할 수 있는 소시지로 가공했다. 이 소시지는 작가의 퍼포먼스 시간대에 관객과 전시장에서 나누어 먹게 된다. 그리고 사육 중 수집한 밀웜과 닭의 분변은 흙으로 돌아가게 된다. 관객은 자연의 에너지 순환 단면을 보여주는 작가의 작품 세계에 진입하여 스티로폼에서 유래한 에너지원을 소화 흡수할 수 있다. 소시지를 먹고 소화하며 전시를 관람하는 동안 스티로폼은 관객의 신체 일부로 서서히 전환될 것이다. 스티로폼은 인간이 되고 인간은 흙이 되고 흙은 새로운 생명이 되는 것이다. 가루처럼 잘게 분해되었다가 다시 하나의 덩어리로 결합되어 소생하는 자연의 물리적 에너지 순환을 관조하면서 그 속에 존재하는 생물의 한 종으로서 머물러 보기를 바란다.
1.5층 / 인간의 눈
변수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