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EXHIBITION

B-Heart; 선택의 기여

입주예술가 프로젝트 4  결과보고전시 「이원경 개인展」

○ 전시명: B-Heart; 선택의 기여
○ 일   정: 2021. 9. 30.(목) ~ 10. 13.(수) 10:00~18:00 기간 내 휴관 없음
○ 장   소: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대전 중구 보문로199번길 37-1) 1F 아트라운지
○ 관람료: 무료전시

※ 코로나 19 감염 예방을 위해 체온 측정 후 16명까지 동시 입장 가능합니다.

※ 10. 1.(금) / 10. 8.(금) 14:00 ~16:00 기간 내 방문하시면 이원경 작가님의 작품 설명을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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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eart, 선택의 기로에 선 당신에게
홍예슬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심장(心臟) 

1. 혈액을 몸 전체로 보내는, 순환 계통의 중심적인 근육 기관.
2. 사물의 중심이 되는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3. 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심장(心臟)에 대한 국어사전의 정의를 살펴보면 세 가지 뜻이 나온다. 먼저, 혈액을 순환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순환 계통의 중추기관이라는 의학적인 정의가 있고, 중요한 사물이나 어떤 것의 중심이 되는 곳이거나 ‘마음’을 대신하는 표현이 그것이다. 이는 외국어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라틴어로 심장을 뜻하는 cor는 역시 마음, 의지, 용기 등을 비유적인 표현으로 사용된다. 스페인어로 심장이라는 뜻인 coraz?n 역시 중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곳으로 쓰이기도 한다. 이처럼 심장은 생명 활동의 원동력이자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장기 중 하나로 자신과 본질, 중심에 관련된 비유적인 용례로 활용된다.

이원경은 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선보이는 개인전 전시명이자 신작제목인 ‘B-Heart’는 뇌(brain)와 심장(heart)을 동시에 이르는 합성어로 뇌의 기능을 하는 심장을 일컫는다. 《B-Heart_선택의 기여》는 작가가 세상을 향해 품고 있던 앎과 이해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형태로 기획되었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그러한 선택을 유도하는 것이 머릿속의 뇌일지 가슴 안의 심장일지 묻는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며 수많은 선택을 한다. 현재의 삶은 과거의 자신이 고른 선택지들의 결과값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선택지를 고르는 상황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우리는 식당에 가서도 베스트 메뉴가 무엇인지 살피고 서점에 가서도 베스트셀러를 먼저 훑는다. 하지만 여기서‘베스트’란 불특정적인 다수의 뭉뚱그려진 선택이기에 ‘나’의 취향과 꼭 맞는 선택지가 아닐 확률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인 ‘오징어 게임’이 나에게는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선택지들을 우리는 이성적인 판단으로 신뢰하며 선택하기가 쉽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가장 중요한 요인인‘나’와의 관계가 배제되었기에 한 쪽으로 기울어진 판단이 될 확률이 높다. 작가는 본인과 관련한 문제는 자신의 감정 등 본인에게 솔직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문제에서만큼은 내 감정에 솔직하게 심장이 뛰는 일, 그런 신호에 맞춰서 이루어진 선택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데 더 지혜로운 판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감정적인 심장의 역할이 결과적으로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판단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이끌어 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개인적으로 심장이 ‘이번 일은 꼭 한 번 해봐!’라고 하며 어떤 신호를 주는 듯한 생각이 든 적도 많아 심장이 솔직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좋은 상징적 소재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심장이 전해주는 신호를 잘 깨닫고 자신의 문제를 선택해 나간다면 그것이 이성이라는 이름하에 뇌로 한 판단보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을 더 이성적이고 지혜롭게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원경의 스테이트먼트 중에서-

이렇듯, 작가는 심장이자 뇌인 ‘B-Heart'를 단순한 합리성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에  현명한 안내자로 제안한다. 흥미로운 점은 심장과 뇌의 실제 의학적인 상관관계이다. 심장은 구성세포의 67%가 신경세포일 만큼 신경전달물질, 단백질, 지지세포가 집중되어있는 아주 복잡한 신경기관이다. 이러한 심장에는 약 4만개의 신경이 있으며 특별한 목적만을 위한 신경전달물질이 있기 때문에 뇌의 연장선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한다. 심장과 뇌에 관한 상관관계는 https://wonderfulmind.co.kr/the-heart-has-neurons-too/ 참고(2021-10-01 접속)
 실제로 심장을 통해 우리가 감정적으로 무언가를 느끼고 판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은 작가가 신작을 구상하는 주된 매개로 작용하였다. 우리는 흔히 인지와 판단이 뇌에서만 작용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심장 자체에서도 정보 전달과 직접적인 인지 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뇌에서 받는 자극을 통해 얻은 정보를 뇌로 다시 보내는 유일한 기관이기도 하다. 이렇듯 특정한 자극에 기반한 결정을 내리는 감각 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심장은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느끼고 결정을 내린다고 볼 수 있다. 

심장과 뇌에 관한 이야기인〈B-Heart: 선택의 기여〉(2021)는 평소 작가가 알루미늄 와이어로 거대하고 기괴한 형태로 작업을 구성해 왔듯이 전체적으로 한 덩어리처럼 보이는 거대한 형태가 주를 이룬다. 이는 다시 수백 여 개의 심장과 장기, 절단된 신체 등의 이미지를 담은 소형에서 중형의 작업들을 모아 거대한 뇌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다. 금속 와이어로 제작된 심장, 장기, 절단된 신체 등 440여 개의 크고 작은 형태들이 결합되어 전체적으로 뇌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심장의 색을 푸른색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이는 심장 역시 이성적 인지 작용을 담당하기에 역설적인 의미에서 주조색으로 설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열정, 격정 등의 감정적인 의미를 담아 심장은 붉은색으로 표현하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그와 반대로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판단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상징하기 위해 푸른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했다. 이처럼 ‘B-Heart’는 하늘색, 보랏빛이 섞인 푸른색 등 3가지의 푸른색이 주조색이 되어 구성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지점은 심장의 인지, 판단작용에 따른 감정적인 작용으로 반응하는 장기들의 표현방식이다. 심장은 항상성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정서적 균형을 또한 담당한다. 심장은 애정과 위로, 안정감을 주는 옥시톡신 분비를 담당하는 호르몬을 내보내는 역할도 수행한다. 위나 간, 대장, 소장, 십이지장 등의 장기나 호흡을 통해 생명활동을 하는 폐의 형태 등을 확인 할 수 있다. 심장과 더불어 여러 장기들과 유사한 형태를 제작하며 이 모든 장기들의 기본인 세포와 그보다 더 작은 단위인 염색체까지 이번 작품을 구성한다. 크고 작은 심장의 형태뿐만 아니라 감정적 관용구인 ‘오장육부가 뒤틀린다’, '가슴이 답답해서 숨을 쉴 수가 없다' 들의 실제 장기인 위나 간, 십이지장, 폐, 방광의 형태를 찾아 볼 수 있어 깨알과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이러한 관용구들은 확실히 ‘No’라는 거절을 해야 하는 순간에 심장이 보내주는 반응이라 볼 수 있다. 작품 구성 안의 절단된 신체를 표현한 작품도 이러한 심장의 반응을 언어화한 작업의 일부이다. 이뿐만 아니라 의학이나 생물학적인 접근으로 세포, X와 Y 염색체나 빨간 와이어로 수명을 관장하는 텔로미어를 표현했다. 절단된 신체의 경우 3가지 색의 와이어를 엮어 공들여 표현했으며, 작업 가운데에 심장은 직선의 느낌을 내는 테이블 타이를 이용해 관념적 형태, 변형된 형태 등 각양각색의 심장의 형태를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우심방, 우심실, 좌심방, 좌심실 등 심장의 4가지 부분을 세부적으로 표현하고 전체적으로 구현되는 뇌의 형태를 잡기 위해 소뇌를 표현하기도 하는 등 전체적으로 다각도로 표현했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에서는 단순히 심장과 뇌의 상관관계뿐만 아니라, 이를 이루고 있는 장기들과 염색체까지 다양한 의학적인 대상들을 한자리에 불러온다. 이는 평소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꼭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유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듯 새롭게 생성되는 의미망들은 작가가 타자들과 공존을 이루고자 하는 방식과도 같다. 작가는 서로 반대되는 성격이나 특징들을 끊임없이 중첩해서 여러 가지 성격을 하나의 작품이나 한 주제의 군집 작업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큰 틀로 삼아왔다.〈Knitting Wire〉(2009~) 연작에서 살아 있는 생명의 ‘자연’적인 형태를 알루미늄 와이어와 같은 ‘인공’적인 재료와 기법으로 표현한다. 생명을 갖는 식물이 강하고 ‘단단한’ 이미지의 금속과 만나고, 이 금속이 다시 ‘부드러운’ 이미지의 뜨개질 기법으로 구현됨으로써 고정된 이미지를 거듭 전복시켜왔다. 이번 신작에서도 뇌와 심장, 이분법적인 체제 하에서는 양립이 불가능해 보이는 가치들을 병치시킴으로써 획일화된 가치 규범의 해체를 시도했다.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 삶을 살아가며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인 당위성을 고려하기 전에 먼저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보길 권한다. 나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선택이어야만 나의 삶을 온전히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선택은 나에게 혹은 너에게 마땅히 존중받아야만 한다. 뇌와 심장, 심장과 뇌는 서로를 향해 끊임없이 정보를 발신하고 수신한다. 이러한 관계는 서로가 변화되는 것을 지켜보며 결국 어떤 대상에 대한 ‘앎’을 유도한다. 지금 A, B 그 어디 사이에서 고민 중인 당신에게 'B-Heart'의 목소리를 들어보길 제안한다. 

기간
2021-09-30 ~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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