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깊고 고른 양질의 숨>
대전역 인근의 아시아 식당에서 만난 이주민들의 이야기로 비추어 보는 지역 그리고 고향과 세계
이희경은 대전역 인근의 낙후 된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이주민 식당을 조사 하였다. 식당은 이주민에게 정보 교류의 장이며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는 모계의 공간이 되어 준다. 작가는 식당을 매개로 아직은 조금 낯선 우리의 이웃들을 만나 이주하는 삶의 안녕을 묻고 있다.
<작가 노트 中 >
우리 사회에서 ‘우리’란 때로 지나치게 폭력적인 단어이다. 정상성과 동질성을 심사하고 동화를 강요하는 배제의 단어로 작동한다.
나는 이주민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간단한 인터뷰를 한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괜찮은지. 고향에서는 어떤 음식을 먹는지… 한참 수다를 떨다 보면 그 바탕에 차별의 경험들이 있고 여러 역사적 배경들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소소한 것들을 통해 세계화의 문제에서 존재의 위치와 장소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주민들은 이주한 지역, 그 자리에 있음으로 경계 넘기를 하는 존재가 아닐까.
나는 이주민들과 고향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고향이라는 단어는 국가, 가족, 지역, 기억 등 여러 가지를 포함함을 느낀다. 그 의미는 떠나온 사람에게 더 강화되어 있다. 고향은 상상의 세계 같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낭만적으로 그려지거나 지우고 싶기도 한 개인의 땅이며 현실과 관념 어딘가 사이에 있는 '다른 땅'이 된다.
영상 ‘카린데리아’, ‘염소와 옥수수’는 이주민들에게 지역의 네트워킹 공간이 되어주는 식당을 배경으로 진행 된 인터뷰로, 식당 사장님의 목소리로 그 안에 모국의 역사적 배경과 음식, 이주 등의 이야기가 스쳐 지나간다.
‘비와 흙과 사탕수수’는 결혼 이주민을 만나서 그녀와 풍경과 집, 냄새와 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린 그림으로 만든 영상이다. 그가 그림을 그리고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면,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