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이동의 삶 속 일상의 순간 또는 특정한 상황의 기억과 감정을 포착하여 작업해 온 김연희 작가는 올해 초 창작센터의 입주한 후부터 대전, 전라남도 순천, 경상남도 진주, 세 곳에 주거지를 두고 생활하고 있다. 날마다 다른 지역으로 움직이는 일상 속에 부딪히는 순간을 마주할 때 ‘치유의 방’이 필요했다. 이런 순간들의 생각을 모아 치유의 영역이라는 공간을 만들었고, 이번 전시를 통해 불확실하게 끊임없이 돌아가는 삶 속에서 도망 나와 숨 쉴 수 있는 치유의 영역을 관객과 공유하려 한다.
■ 작가노트 ■
타국에서의 삶을 끝내고 나의 나라로 돌아왔지만 나그네의 삶은 계속되었다.
9년의 공백으로 내자리가 없던 내 나라에서의 삶은 움직이지 않으면 멈춰있는 동상처럼 쓸모없어져 버릴 것만 같은 불안과 초조를 끝내기 위해 나를 위로하는 방법으로 다시 시작 되었다.
한국에서의 살고 싶어 시작된 떠돌이의 삶은 이동하지 않으면 살수 없는 삶으로 변화되었다. 움직이는 차속에서 바라다보는 아름다워서 평화롭게 만들어주던 풍경들을 마주 할 여유가 없이 시간에 쫓기듯 달려가기만 해야 했다. 늘 휴식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쉼 속에서도 쉬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면서 '도망'가고 싶은 새로운 소망이 생겨났다. 가고 싶은 특정한 장소가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늘 도망가고 싶었다.
도망가고 픈 소망, 그 중심에는 이방인으로 변해 버린 나의 시선이 가장 큰 요인이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시차적응과는 달리 계속적인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 공간적 환경(nation)의 변화는 내게 많은 변화를 요구했고, 다른 나라의 문화는 물론이고 각각의 지방의 문화들과 사람들을 습득해야했다. 날마다 다른 지역으로 움직이는 일상 속에 부딪히는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치유의 방'으로 도망가고 싶었고 절실히 필요했다. 이런 소소하던 순간들과 생각들이 모여 치유의 영역이라는 공간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