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회차를 맞는 2018 지역리서치 프로젝트는 잠재되어 있는 대전의 문화적 자산을 예술가의 시각으로
투영하여 대전의 예술적 가치를 모색하고 지역의 예술가들에게 창작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하고자 기획되었다. 2018 지역리서치 프로젝트 결과보고전은 지난 3월 공모를 통해 선발한 작가 정윤선과
콜렉트(김재연, 권순지)가 대전의 역사 유산을 조사 및 연구하여 예술적 작업으로 풀어냈다.
○ 작가 정윤선
정윤선의 작업은 꾸준히 장소(도시공간)에 집중해 왔다. 정치, 경제, 사회 그리고 문화 예술적 담론들 그 중첩적인
레이어를 가진 광범위한 영역, 결코 고정되지 않는 유목적 사고의 공간, 촘촘히 기록된 사건들로 만들어진 내러티브가
존재하는 장소에 작가는 끊임없이 개입해 왔다. 미적 오브제를 생산해 내는 생산자이기 보다는 예술적 행위를 통해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자행하며 공적 영역에서 공동체 구성원들과 관계맺고 그들이 가진
생각과 정서를 바탕으로 지역과 사회, 사람을 향한 예술적 실천을 기획한다. 각 지역의 도시공간 속에서 도시의 주체인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며 그 역사를 이어 나가야 하는지 그 철학적 사유의 공적 영역에서 공론화하는데 주력
하고 있다.
멈춘 시간, 산내 골령골_
여기 두 지역이 있다. 눈앞에 보이지는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는 비극적 기억과 상흔들로 연결된 두 지역, 중구 중촌동과
동구 낭월동. 그 대지가 가진 시퀀스(Sequence), 이데올로기가 강제한 희생, <멈춘 시간, 산내 골령골>은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 사건으로 엮인 두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 옛 대전형무소가 존재했던 중촌동과 학살지로 선택되었던
산내 골령골(현 낭월동 13)은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참혹한 역사를 공유한 일련의 현장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는
이러한 현장을 종종 잃어왔다. 도시공간은 시간의 축적과 상관없이 선택적으로 발전한다. 때론 ‘현대성’을 앞세워 무모
하게 소비되고 진실의 역사가 힘에 의해 강압적으로 제거되며 결국 믿을 수 없는 인권 유린을 지속시키기도 한다. 우리의
일상이 일어나는 이러한 공동체 속에서 끊임없이 ‘괴리’는 경험되고 ‘모순’은 발견된다. <멈춘 시간, 산내 골령골>은
이 지점에 주목한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참혹한 민간인 학살의 역사를 추적하고, 1951년 이곳에서 억울하게 학살당한
아버지를 가슴에 품고 평생을 살아온 인물의 인터뷰를 통해 한 인간이 겪어야 했던 굴곡진 삶을 공유한다. 만남을 통해
생산되는 감정이 그저 ‘공유하는 공간과 사람’이 아닌 ‘공유된 감정과 과거와 현재의 대화로 존재하는 역사’로 치환되는
비극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도록 힘을 보태는데 그 목적과 가치를 둔다.
○ 작가 콜렉트(김재연, 권순지)
콜렉트는 사진 매체를 기반으로 작업하는 김재연과 지역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권순지로 이루어진 팀이다. 우연한
계기로 대전 중동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지금까지 기록화되지 않았던 중동의 이야기
를 모으고 시각화하고 있다.
불난 집_
<불난 집>은 대전 중동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낙인의 주체는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지역의 한때
흥했던 동네 역시 지도에서 홀로 지워진 듯 어떤 기록도 조사도 남아있지 않다. 성매매 집결지는 중동의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를 둘러싼 낙인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비가시화되어있는 동네를 설명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로
인터뷰한 할머니의 집은 많은 집결지 여성들이 스쳐 지나간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어느 여성에 의해 불이 난 집, 그로
부터 50여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남아있는 붉은 흔적처럼, 중동의 세계는 지속되고 있다. 일제식민지를 거치며 만들어진
유곽 터에는 사회적 경제적으로 환대받지 못한 여성들이 있었다. 그 모든 여성들이 중동에 흘러들어올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은, 불난 집으로부터 시작한다.
- 기간
- 2018-11-08 ~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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