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보고 싶은 것을 보면서 심리적 안정을 추구하는 존재이기에, 혼돈된 세계의 이미지들을 질서 속에 정렬해 왔다. 우리는 마주한 대상에 이름을 붙이고 틀을 씌워 세계를 안전하고 이해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왔으며, 그것을 넘어서는 심연의 존재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인간의 인식체계 속에서 알려지지 않은 것들, 명확히 이름붙일 수 없는 것들은 먼저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그가 그려내는 수많은 드로잉들에서는 생각의 단초들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는데, 의외로 막연하지 않은 것들, 작가 일상의 구체적인 국면이나 독서의 결과로 얻은 정보들, 사회적 현실의 어떤 편린들이 오히려 정직한 방식으로 드러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는 자신을 둘러싼 구체적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시하는 방식으로 사유하고, 그 결과로 물컹물컹하고 축축해 보이는 형태들이 등장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그가 완결적이지 않은 형태를 고수하는 것도, 이해 가능한 세계의 가시적 질서가 허망하다는 것을 폭로함으로써, 멈추어 있는 세계가 아닌 유동하는 세계를, 생성되면서 지워지는 세계를 그리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요소들이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가지면서도 매번 처음부터 다르게
시작하는 까닭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된다.................................................................
다른 것들의 고통을 감싸 안는 마음,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영위하려는 태도, 내 존재와 내 존재 밖에 있는 것들을 연관된 것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의식은 그의 작품 전반에 나타나는 특성인 것이다. 관객은 그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이 짧고 간결한 답을 주는 것들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들이기 때문에 고통을 느끼지만, 그러한 불편함으로부터 다시 한 번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얻게 된다.
이윤희(미술평론)
As humans pursue psychological stability by seeing what they desire to see, we have placed images from chaos in an order. We name the objects that we face, and mold our world into something we can figure out. We become repulsive to beings of abyss beyond our understanding. It is because those unknowns in our thought system and things hard to name first arouse fear in us. But Kim seems to be an artist with a nature of confronting and looking into such fear.
............중략Numerous drawings the artist has produced give us clues of her thoughts to a certain degree. The clues reveal things unexpectedly unambiguous, information obtained from detailed conditions of the artist's everyday life, or readings and certain bits of reality of society in a rather frank way. Kim reasons not by evading but by facing the reality that surrounds her. As a result, the seemingly squash and damp forms appear in the works................중략 Kim has held on to incomplete forms to intentionally draw a world that is in motion, not in suspension, and being simultaneously created and erased, by revealing the futility of a visible order of a comprehensible world. That explains why elements constantly appearing in her works always seem similar from one another yet begin differently each time.
The heart of embracing the suffering of others, the attitude of honestly looking at and leading one' life, the sense of trying to perceive oneself and the others as related, these are the overall characteristics of Kim's works. Audiences feel pain as the images are endlessly offering questions instead of brief and simple answers, but gain the courage to look at the world one more time from such discomfort.
Lee, Yoonhee (Art Cri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