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안에 조리 도구와 카레를 담은 이 작업은 [목연포차]가 미처 닿지 못하는 곳까지 거뜬히 드나든다. 이로써 작가는 [목연포차]에서 의도한 효과를 공동체의 모세혈관까지 확산시키려는 듯이 보인다. 한편 우리는 이 가방 안에 담긴 카레의 의미를 곰곰이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카레는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영양소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중요하게는 한 공동체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문화적 산물이다. 이것이 동물의 먹이와 인간의 음식 간의 차이이다. 먹이는 생명체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것에 그치지만, 음식은 인간이 한 문화의 구성원으로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이다. 인도에서 발명된 카레는 영국으로 이식되면서 한차례 변형되고 일본에서 다시금 굴절되며 한국에서 역시 어김없이 고유한 방식으로 토착화된다. 그렇다면 유목연이 한국의 카레를 가방에 담아 인도로 거슬러 가는 길목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나눠 먹는 행위는 서로 다른 문화들 간의 이행과 간섭을 은유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문화에서 다른 한 문화로 번역되는 것은 단지 언어만이 아니다. 카레라는 인도의 음식은 몇 차례의 ‘번역’을 거쳐 한국의 음식이 되었고, 이 음식은 인도에서 다시금 ‘번역’의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