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환에게 집은 중요한 주제이자 소재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삼각형의 지붕과 네 개의 벽으로 구성된 단순한 구조로 이루어진 집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기본적인 형상을 하고 있다. 드로잉 연작에서 보여주는 내부와 외부의 경계가 무너진 구조는 공간이 개별적으로 완벽한 독립체가 될 수는 없으며 외부와 관계를 맺으면서도 내부의 고유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시각적으로 인식하게 해준다. 집이 보여주는 다양한 형태로의 변형은 하나의 생명체처럼 공간이 개개인에게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세상에 똑같은 집은 없으며 장소와 시간 그리고 그 안에 살아가는 개인에 의해 다양한 의미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우리가 집이라는 단어를 통해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안정되고 견고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텍스트를 통해 개념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거나 펜으로 정교하게 드로잉을 하는 등의 선적인 요소를 반복하는 노동 행위가 전제된다. 이는 하루의 시작과 동시에 마무리가 되는 곳이 집이며 그 공간 안에서 사람들의 하루가 쌓여 삶이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