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의 작업은 개인과 사회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출발하여 입체, 설치, 사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되어 왔다. 그의 작업에는 여러 인간의 모습이 나타나는데, 유리 벽 속에서 불안해하기도 하고 머리를 감싸 쥐고 괴로워하기도 하는 인간의 모습은 거대 사회 속에 홀로 고립되어 자기 자신과 싸우고 스스로 자신을 착취하고 있는 현대사회의 개인을 표방한다. 고립을 상징하는 유리 벽 주위로 작은 인간을 둘러싼 사회, 정치적인 풍경들과 한 개인의 멜랑콜리한 일상적 풍경들이 교차한다. 학교 건물이나 조회대 혹은 탑을 상징하는 커다란 원뿔, 성과를 상징하는 금테를 두른 배지들이 등장하고, 생계를 위해 뛰어든 노동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차가운 기계들도 등장한다. 이러한 최근 몇 년 간의 작업은 거대 사회 속 한 개인이 맞닥뜨리는 허구와 위선 그리고 한계점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에게 새로운 사유의 대상으로 변화되는 지점들을 포착해내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