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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해외파견] ZK/U 마지막 주

2015.07.31

안녕하세요. 정재연입니다. 오늘이 베를린에서 올리는 마지막 포스팅입니다.

이번 주는 (관광객 모드로) DDR박물관-체크포인트 찰리-유태인박물관 방문기와 화제의 전시인 티노 세갈, 안무가 제롬 벨,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스튜디오와 ZKU에 대해 적어보겠습니다. 

 

1. 동독의 생활사를 보여주는 DDR 박물관 

  

사진_DDR 박물관 

동독은 계급차별이 없는 사회를 지향했는데요. 독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누드해변이 이러한 동독 이데올로기의 배경에서 나온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서독보다 동독에서 이혼율이 꽤 높았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동독 여성들이 직업을 갖고 있어 가정에서의 권리도 강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밖에도 놀라운 사실들이 많아 흥미로웠습니다. 

 

1-2. 체크포인트 찰리 


사진_체크포인트 찰리 

동독에 의해 베를린장벽이 세워진 후, 동과 서를 통과할 수 있는 검문소가 4군데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체크포인트 찰리라고 합니다. 지나가다 한 컷. 

 

1-3. 유태인 박물관 


사진_유태인 박물관 보이드 공간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태인 박물관의 보이드(Void)공간 

건물을 체험하는 것 자체가 묘미입니다. 전시장 입구에서부터 방향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폴란드 출신의 건축가가 의도적으로 동선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유대인이 처했던 불확정적 상황을 공간적 시나리오로 경험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 의도가 꽤 성공한 것 같았습니다. 

 

2. 티노 세갈 다시* 

지난 포스팅에서 세갈의 작품에 실망했다면, 다시 본 그의 작품들은 너무나 강렬했습니다.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그의 전작들을 한데 모아 놓았습니다. 다시 한 번 그의 작품에서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적어 보겠습니다. 

 

사진_마틴 그로피우스 바우에서 열린 티노 세갈 전시

처음 전시장에 들어섰을 때 퍼포머와 관객이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관중속에서 누군가가 비트를 시작하자 상대방에 앉은 사람이 몸짓으로 답변합니다. 한 명이 코브라처럼 웨이브를 타고 둘이 조용히 속삭이고 셋이 화음을 만들어 냅니다. 각 방마다 예상치 못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깜깜한 방으로 들어가 뭔가 보이겠지하고 조심스럽게 발을 옮겨가는데 갑자기 여러 사람이 대화를 나누기 시작합니다. 누군가 질문을 던지자 또 다른 누군가 답변을 하고 나머지는 크게 웃으며 화제를 돌립니다. 누군가는 입으로 장단을 만들고 또 다른 누군가가 발을 굴려 소리를 냅니다. 

 

다시 중앙홀로 나와보니, 둘이 키스를 하고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연출합니다. 


사진_티노 세갈의 <키스>

각각의 행위가 모여 서사를 이루고 이 모든 소리가 높은 천정에 부딪혀 울려퍼지며 공간에 생기를 더합니다. 저는 무용수들 사이에서 유령이 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신체로 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어느 인터뷰에서 티노 세갈은 퍼포머를 찾고 설득하고 과정이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합니다. 리서치를 하거나 과거의 협업자에게 추천을 받아 퍼포머를 찾는데 궁극적으로는 전문적인 Thinker를 찾는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찾아도 전시의 퍼포머로 참여하게 하는 것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관객으로서 참으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3. 제롬 벨 

티노 세갈의 전시에서 한 명의 퍼포머가 눈길을 잡았습니다. 

그녀는 바로 제롬 벨의 신작 <갈라Gala>공연에서 마이클 잭슨의 문 워크를 기가 막히게 추던 여성입니다. 이미 6월에 열렸던 공연인데 생각이 난 김에 적어볼까 합니다. 


사진_제롬 벨의 <갈라> 

제롬 벨은 프랑스 안무가이며 티노 세갈의 퍼포머의 안무를 맡기도 한 협업자이기도 합니다. 제롬 벨은 안무가이지만 안무하지 않는 안무가로 유명합니다. 그의 공연은 일단 재미있습니다. 그의 공연의 주인공은 프로 댄서들이 아니라 일반인, 아마추어 무용수들입니다.​ 공연은 작은 스케치북을 넘기며 시작됩니다. 너무도 러프하게 손글씨로 ‘발레’ 라고 써있습니다. 발레로 시작해 왈츠-3분간 즉흥댄스-마이클 잭슨-인터벌-솔로-컴퍼니-뉴욕뉴욕을 베를린으로 바꾸어 부르며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인상적인 부분은 솔로에서 컴퍼니로 이어지는 무대입니다. 솔로 부분에서 무대에 한 명씩 나와 각자가 고른 음악에 맞춰 개성과 끼를 발산하고 난 후 컴퍼니에서는 나머지 퍼포머들이 백댄서가 되어 주인공의 춤을 따라 합니다. 어떤 남자 퍼포머의 리듬감각은 정말 꽝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춤을 선사했습니다. 

 

4. 베타니엔 스튜디오방문과 ZK/U프로그램에 대한 생각

 

사진_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 스튜디오 내부

다들 아시다시피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교류를 맺고 있는 베를린의 레지던시 기관입니다. 마침 베타니엔에 입주한 친구가 있어 그녀의 스튜디오를 방문했습니다. 일단 베타니엔의 스튜디오와 전시장과 워크샵(테크니션 포함)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습니다. 작가들은 레지던시 기간에 개인전을 열 수 있고 입주기간이 끝날 무렵 그룹전에 참여합니다. 베타니엔에서 직접 운영하는 출판사와 출판물(be magazine)이 있어 온오프라인으로 입주작가들의 작품과 비평글,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이런 것은 다 웹사이트에 있으니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친구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곳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입주작가들간의 교류가 거의 없다는 것이라고 하네요. 바로 이런 커뮤니티 형성을 강조한 모델이 ZK/U입니다. ZK/U는 공동주거로 형성되는 작가들간의 커뮤니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캐나다 출신 큐레이터인 쇼나가 자발적으로 살롱을 열어 참여를 원하는 작가들을 초대합니다. 이렇게 모여 특정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보면 작가들의 성향과 관심사를 알게 되고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그러나 입주자들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됩니다. 매달 오픈 스튜디오와 큐레이터 방문이 있긴 합니다만 첫 번째로 방문한 큐레이터가 ZK/U에서 벼룩시장 운영자(건축 전공)라는 사실에 다들 놀라고 말았습니다. 그의 역할은 작가들을 벼룩시장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습니다. 작가들이 운영하는 레지던시는 입주작가의 프로그램 참여여부가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ZK/U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작가들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기관의 홍보를 위한 것인지 (제가 모르는) 다른 차원의 방향성이 있는 것인지는 다시 점검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에게 ZK/U는 연중무휴 음악(때로는 소음이었지만)이 흐르고 파티가 열리는 장소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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