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소식 TEMI NEWS

[해외예술가파견]ZK/U 네 번째 소식

2015.06.30

안녕하세요. 테미예술창작센터 1기 입주작가 정재연입니다. 

지금 베를린에서는 많은 축제가 벌어집니다.  

그 중에서 베를린 국제 퍼포밍아트 페스티벌인 포린 어페어(Foreign Affairs)가 열리는 베를린 페스티벌 하우스(The Haus der Berliner Festspiele)에​ 다녀왔습니다.  

포린 어페어는 6월25일부터 7월5일까지 국제적인 퍼포밍 아티스트들을 초대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베를린의 대표적인 페스티벌입니다. 

프로그램 중에는 24시간 동안 계속되는 것도 있더군요. 다들 침낭과 먹을 것을 들고 다니는 분위기.ㅋ      

 

저는 저번 주 토요일 오후 티노 세갈의 퍼포먼스에 참여했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인데 관객은 입장료를 내고 퍼포머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습니다. 

티노 세갈은 그의 이벤트에 참여하는 퍼포머를 해석자(Interpreter)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의 관객 참여형 이벤트를 만들어진/연출된 상황(Constructed Situation)이라 부릅니다. 

그동안 작가의 이름은 수없이 들어봤지만 직접 작품을 본 적이 없어 이번 기회에 한 번 제대로 보기로 했습니다. 

 

베를린 페스티벌 하우스에서 선보인 티노 세갈의 작품의 제목은 <This Progress>입니다. 

알고 보니 이 작품은 2010년에 뉴욕 구겐하임에서 이미 화제가 되었던 퍼포먼스였더군요. 


사진1_티노 세갈의 작품 중 꼬마에게 안내받는 관람객   

 

입장권을 끊고 나면 티켓박스 뒷편에서 꼬마가 걸어나옵니다. 

꼬마는 자기 소개를 간단히 하고 자신을 따라오라고 합니다. 계단 아래로 이동한 후 꼬마는 저에게 질문을 시작합니다. 

“너는 Progress가 뭐라고 생각해?” 


사진2_티노 세갈의 작품 중 꼬마가 질문하는 장면 

 

저는 답했습니다. 

​음뭔가 나아지는 것? 생각이 발전하는 것?”

그리고 나서 꼬마는 저를 다음 사람에게 안내합니다.

 

다음 주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입니다. 

꼬마는 그녀에게 제 답변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며 말을 건넸습니다. 

그 20대 여자는 또 질문합니다. “그러면 너에게 가장 Progressive한 순간은 언제였니?” 

“아, 생각 좀 해보고…음 내가 그만두었던 작업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때 인거 같아.” 

 

저는 그녀와 천천히 매우 사적인 대화를 이어가며 5분 쯤 지났을 때, 어떤 남자가 나무 뒤에서 나타나 갑작스러운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자신의 아파트를 대청소했는데 쓸데없는 물건들이 너무 많이 나왔는데, 그게 다 많은 쓸데없는 곳에 돈을 들였다는 증거 아니겠냐는 것입니다. 

너는 이런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겠냐며 마치 오래된 이웃처럼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그와의 대화는 매우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것이어서 재미있었지만 앞의 대화들과 전혀 이어지지 않아 어리둥절 했습니다. 

게다가 그의 눈빛에서 다음 주자에게 저를 넘겨줘야 할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예상대로 나이가 지긋하신 할머니가 나타났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오신 할머니는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자신의 미국인 특유의 기질이 베를린에 온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변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얘기를 다 듣고 나서 저는 어느 새 티켓박스로 다시 돌아와 있었습니다. 전시공간을 크게 한 바퀴 돈 것이지요. 

 

퍼포먼스가 끝나고 나니 이제야 기억이 났습니다. 

2006년 여름, 프랑트푸르트에서 본 어떤 전시에 대한 것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다수의 퍼포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퍼포머들이 이구동성으로 뭐라고 외쳤는데 저는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냥 사진이나 찍고 갈 생각에 카메라를 꺼내 들었는데 그 순간 누군가 ‘No Photos!’라고 누군가 말해 약간 주눅이 들었고 퍼포머들은 자신들의 동작을 계속 했습니다. 저는 어리둥절해하며 이제 무슨 미술이란 말인가, 이런 거 한국에서 전시하면 얼마나 욕먹을까, 새로운 것, 진보적인 거면 다 좋은건가…궁시렁 거리며 전시장을 나온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바로 티노 세갈의 작품<This is Contemporary>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퍼포먼스에 참여하는 내내 전혀 집중하지 못했고 뭔가 굉장한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관객이 생전 처음 만나는 낯선 사람과 대화를 시작할 때 느끼는 심리적인 거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그에 대해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는 어떠한 오브제를 만들지 않고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기로 유명하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그의 작업은 관객이 전시장에서 그의 퍼포먼스 사진을 몰래 찍은 사진​과 수많은 논란이 된 기사, 인터뷰, 사람들의 말을 통해 전해진다고 합니다. 

 

티노 세갈이 그의 해석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의도를 전달하는지 궁금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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