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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해외파견]ZK/U 두 번째 소식

2015.06.20

안녕하세요.테미예술창작센터 1기 입주작가 정재연입니다. 

베를린 ZK/U에서 두 번째 소식 전합니다.  

 

베를린에서는 거의 일주일 내내 전시 오프닝, 워크샵, 스크리닝, 아티스트 토크 등 수많은 이벤트가 벌어집니다. 그러니 미리 전시 정보를 확인하고 가는 것이 좋겠지요. 

베를린에서 현대미술 전시정보(영문)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이트는 '인덱스 베를린’입니다. 한국의 네오룩과 서울아트가이드처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비슷합니다만, 정보의 분류방식이 꽤 인상적입니다. 한 번 방문해 보시면 좋을 듯. http://www.indexberlin.de/ 


사진1_인덱스 베를린 다운로드 

 

지난 주에 전시장을 몇 군데 둘러보았는데, 그 중에서 베를린 국립미술관 중 한 곳인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과 베를린의 수상 공모전인 베를린 아트 프라이즈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은 원래 베를린에서 함부르크로 가는 기차역이었다고 합니다. 기차역에서 철도박물관으로 사용되다가 다시 현대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공간입니다. 


사진2_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 내부 전경  

 

현재 기획전과 소장품전을 포함해 7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도저히 하루만에 볼 수 없을 것 같아 일단 기획전만 제대로 보기로 했습니다. 


사진3_블랙마운틴컬리지 전시장 입구 

 

전시는 유럽의 전위 사상과 바우하우스의 사상을 계승했다는 미국의 블랙마운틴컬리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전시의 제목은 <블랙마운틴컬리지: 학제적 실험>입니다. 학제적이란 단어가 요즘 너무 흔히 쓰여서 그 의미가 퇴색된 느낌입니다만. 블랙마운틴컬리지의 교육 철학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입니다. 


사진4_블랙마운틴컬리지의 교육 이념을 나타내는 도표  

*블랙마운틴컬리지에 대해 더 알고 싶은 분들은 임산 교수님의 원고 <블랙마운틴칼리지의 융합형 예술교육>2014 함 읽어보세요. 


전시에는 학교의 교육 이념을 설명하는 도표와 커리큘럼, 수업시간에 진행한 시각물, 패턴, 디자인, 시, 건축 구조물 만들기 같은 다양한 결과물로 가득했습니다. 

전시장 한 켠에서 블랙마운틴컬리지의 선언문 같은 것을 읽는 퍼포먼스도 있었는데, 퍼포머가 너무 긴장한 것 같아 멀리서만 바라봤습니다. 


사진5_퍼포먼스(마니페스토 읽기) 


사진6_블랙마운틴컬리지 카탈로그 


사진7_블랙마운틴컬리지 아카이브룸 


전시를 보면서 블랙마운틴컬리지의 교수진이었던 벅민스터 퓰러(Buckminster fuller)라는 건축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건축가라는 타이틀 이외에도 발명가, 디자이너, 미래전문가, 시인이었다고 합니다. 과연 블랙마운틴컬리지가 지향하는 인간상입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를 유명하게 만든 지오데식 돔 구조에 대한 프로젝트를 시작한 곳이 바로 블랙마운틴 컬리지였다고 합니다. 전시장에는 그가 제작한 다양한 재료로 만든 돔 모형과 그 모형의 구조를 실제 학생들과 실험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물이 있었습니다. 동시에 열댓명이 넘는 학생들이 나무 막대를 하나 씩 들고 막대가 자기 몸을 지탱할 수 있는지 올라가 보고, 어떻게 여러 명이 동시에 나무 막대를 연결시켜 완전한 돔 형태를 만들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퓰러의 표정에서 자신이 진짜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사진9_벅민스터 퓰러의 돔 모형과 영상 

*벅민스터 퓰러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은 벅민스터 퓰러 인스티튜션 사이트를 찾아보세요. https://bfi.org/ 


다음날에는 베를린 아트 프라이즈를 다녀왔습니다. 

일년에 한 번씩 공모가 열리고 베를린에서 6개월 이상 거주한 작가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고 합니다. 베를린 아트 프라이즈는 매년 다른 장소를 빌려 진행하는데 올해는 디스트릭 베를린((Distric Berlin)에서 열렸습니다. 디스트릭 베를린은 한 마디로 복합예술공간입니다. 사이트에 들어가보니 ‘학제적 씽크think’와 다른 분야 지식과 협력할 수 있는 교차로가 되는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고 하는군요. 전시 오프닝은 7시부터인데 저는 시상식에 맞춰 8시 넘어 도착했습니다. 여긴 8시가 넘어도 대낮 같이 훤합니다. 다들 한 손엔 맥주, 다른 손에는 담배를 마치 퍼포먼스를 하듯 똑같이 들고 다닙니다. 제 친구는 매번 전시장에서 비싸게 파는 맥주를 사는 비용이 아깝다며 아예 가방에 캔맥주를 넣고 다니더군요. 


사진10_베를린 아트 프라이즈 입구


사진11_베를린 아트 프라이즈 오프닝 풍경 


사진12_전시장 전경 


갑자기 전시장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 참여 작가 중에 누군가 퍼포먼스를 한다길래 가보았더니 이런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보았지만,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사진13_퍼포먼스 


이어서 수상자를 발표합니다. 3명이 공동 수상을 했고 그 중에 퍼포먼스 작가도 끼어 있었습니다. 헉. 


사진14_베를린 아트 프라이즈 시상식 장면 


시상식이 끝나고 전시장 주변은 파티가 열렸습니다. 디제이와 술, 패셔너블한 사람들이 한 데 섞여 밤 늦게까지 들썩였습니다. 

저는 전시장을 벗어나 건너편 건물로 이동했습니다. 누군가의 작업실에 불이 켜져 있어 양해를 구하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자신을 작가가 아니라고 소개한 어떤 작가의 작업실이었습니다. 진행 중인 작업을 보니 작가가 맞습니다. 

그는 시상식이나 파티에 관심도 없는 듯, 그냥 자신의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작업이 벌써 2년째 만들고 있는 중이라고 합니다. 

작가는 제 일행에게 작업 과정에 대한 설명을 해주더니 주말에 열리는 오픈 스튜디오 초대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사진15_작가의 작업실 


베를린 아트 프라이즈를 보고 나서… 행아웃, 힙스터, 밑도 끝도 없는 퍼포먼스 유행, 개념 설치, 바, 햄버거 굽는 냄새 이런 단어들이 맴돌더군요. 베를린에서 이런 분위기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러나 기억에 남는 건 작업실에서 열심히 작업을 설명해주던 작가의 진지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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