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소식 TEMI NEWS

[예술가해외파견] ZK/U 일곱 번째 소식

2015.07.22

안녕하세요. 정재연입니다.

오늘은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발견한 작가 히토 스테에욜과 (그녀가 교수로 있다는) 베를린예술대학과 바이젠제조형대학의 룬트강, 그리고 ZK/U의 월요살롱에 대해 소개하겠습니다. 

 

1.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의 히토 스테에욜(Hito Steyerl)

베를린과 비교하면 베니스의 태양빛은 정말이지~ 너무 따가웠습니다. 

 

사진_아르세날 전시장 가는 길에 개 두마리와 혓바닥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베니스의 자르디니 정원과 아르세날을 포함해 비엔날레에서 승인한 병행 전시가 도시 곳곳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오쿠이 엔위저가 총감독을 맡은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모든 세계의 미래>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미래보다는 지금 현재의 단면을 보여주고자 하는 듯 보였습니다. 

전반적으로 전시된 작품들은 자본의 세계화, 자본을 따라 이동한 이주노동자, 그들의 둘러싼 환경과 불편한 진실, 불평등을 키워드처럼 연속적으로 보여졌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에 띈 점은 다큐멘터리 사진, 영상 등의 아카이브가 이제 전시의 기본적 포맷이 되어버린 듯 단골손님처럼 등장했습니다. 

 

제가 볼 때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돋보인 작품은 히토 스테에욜의 <Factory of the Sun>였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독일 국가관(총 4명의 작가 중 한 명)에 전시 중이었는데, 1층의 '모션 캡쳐 스튜디오' 라는 섹션에서 선보인 영상 작업이었습니다. 

 

사진_히토 스테에욜의 <Factory of the Sun> 2015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관 

 

일단 제가 그녀의 작품을 흥미롭게 본 것은 심각한 주제를 위트있고 가볍게 풀어낸다는 점 이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모니터의 가상 현실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전면에는 대형 스크린과 약 30개 정도의 비치 의자가 있습니다. 

이 의자 덕분에 관람객들은 20분이 넘는 영상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Factory of the Sun>은 게임 형식을 차용합니다. 

영상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한 명은 게임 프로그래머 율리아와 그녀의 오빠라고 소개하는 댄서입니다. 

실제로 이 댄서는 유튜브에서 유명세를 탄 인물이라고 하네요. 

영상은 여자 주인공의 나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안녕, 내 이름은 율리아야. 

나는 ‘태양의 공장’이라고 부르는 게임을 코딩하고 있어. 

그렇지만 너는 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어. 게임이 널 플레이할거야. 

-<Factory of the Sun>​ 나레이션 중-

 


사진_<Factory of the Sun>​에 등장하는 댄서, 출처 deutscher-pavillon

 

댄서는 율리아가 만든 게임 속 아바타로 등장합니다. 

그녀의 모션 캡쳐 스튜디오에서 댄서는 오로지 그녀가 지시하는 데로 춤을 춥니다. 

디지털 가상 공간에서 허공을 향해 계속 춤을 춥니다. 춤을 추는 행위가 가장 강렬한 저항의 형태라는 자막이 중간에 나오는데 이 댄서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며 공중으로 사라집니다.  

 

저는 그녀의 작품이 정치,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왜곡된 모습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이민 노동자에 대한 ​이미지를 가상현실의 댄서 아바타를 통해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그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을 춤에 빗대어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베를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반 이민 시위를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읽어보니...^^ 제 해석과는 조금 다르더군요. 

젊은 주인공의 댄스 행위는 그들이 고군분투하는 (패권을 쥔) 보이지 않는 상대에게 저항의 가장 플레이풀한 형식 컴퓨터게임의 형식을 가져온다. 그래서 대중 엔터테인먼트의 네러티브 구조를 갖고 좀 더 호감을 갖게 하는 위치를 정립한다. 이것은 그야말로 정치적인 개인과 주체들이 정보의 디지털화, 경제적 관심, 사회적 문화적 왜곡이 불가분하게 엮인 상황에서 행동/행위의 자유가 얼마나 남아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의 모든 것은 정보, 물리적인 신체와 가치의 매체로서의 태양의 비물질성에 기초한다. 컴퓨터 게임의 다양항 모드처럼, 이 영화는 현실의 다른 레벨들 사이를 오간다. 율리아는 게임 프로그래머이자 나레이터이다. 그녀는 게임의 주인공 즉 댄서를 모션 캡쳐 스튜디오의 노예 노동자로서 소개한다. 댄서의 움직임은 빛으로 이행하려는 충동이자 테크니컬 방향을 결정하는 컴퓨터 게임안에서 가상 현실에 기초한다. 광분하는 댄스씬의 몽타주는 이미지를 끊임없는 바꾸는 장치로 작용한다. -전시 서문 중- 


히토는 일본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독일과 비엔나에서 텔레비젼과 미디어아트와 철학을 전공했더군요. 예전에 테이트브리튼에서 열린 아티스트 토크에서 우연히 본 적이 있었는데, 딸 아이를 키우며 전업작가로 사는 것에 대해 거침없이 발언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녀는 영상 설치 작업 외에도 미디어에 대한 글을 많이 씁니다. 분명 그녀의 행보가 젊은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그녀는 베를린예술대학의 뉴미디어 전공 교수라고 합니다. 베를린에서 만난 누군가는 이런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히토 스테에욜의 수업을 듣고 싶어서 대학원을 신청하려다가 히토의 클래스에 들어가려면 한 2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되돌아 왔다고 하더군요. 이미 그녀를 담당교수로 삼고 싶어하는 어린 학생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고요. 독일의 예술대학은 교수가 자신의 학생을 선택하기 때문에 교수에게 미리 컨택하는 것은 기본이고 학생이 열렬히 어필을 해야 한다는군요. 독일 출신 작가들이 여전히 프로필에 담당교수 이름을 적는 것을 약간은 이해할 것도 같았습니다. 


2. 독일 예술대학의 오픈스튜디오, 룬트강

마침 독일의 예술대학들이 매년 개최하는 룬트강(Rundgang)이 열리고 있습니다. 룬트강은 독어로 ‘둘러본다’는 뜻이며 전 학생이 참여하는 오픈스튜디오라고 합니다. 베를린에는 대표적으로 두 개의 예술대학이 있는데요. 베를린예술대학과 바이젠제조형대학입니다. 3일간 두 학교의 룬트강이 동시에 열렸습니다. 


사진-우데카 룬트강 디자인과 포스터

 

2-1. 베를린예술대학(Universität der Künste Berlin) 베를린예술대학은 줄여서 ‘우데카’라고 부릅니다. 

우데카는 전시와 오픈스튜디오의 중간 형식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사전에 계획없이 갔다가 건물을 잘못 들어가 디자인과 작품들만 실컷 보고 나왔습니다. 


사진_우데카 디자인과 일층 전시 전경 


사진_우데카 디자인과 이층 전시 전경 


사진_우데카 건물 중앙의 작은 정원

 

2-2. 바이젠제조형대학(Kunsthochschule Berlin-Weißensee) 


사진_바이젠제 조형대학 오프닝 광경


사진_바이젠제 조형대학 순수예술 전시전경


사진_
바이젠제 조형대학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전시전경


올해 바이젠제 조형대학은 본 건물이 아닌 외부 건물을 대관해 룬트강을 열었습니다. 바이젠제는 테미2기 입주작가 티치아나의 모교이기도 한데요. 그녀의 제안으로 함께 오프닝에 참석했습니다. 역시 들어가자마자 클럽 분위기입니다.^^ 디제이, 술, 현란한 조명, 이 날을 위해 손꼽아 준비한 듯한 나만 바라봐~의상까지 여느 오프닝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전시는 층별로 순수예술(페인팅, 조각), 디자인(제품, 패션, 텍스타일), 비쥬얼 커뮤니케이션을 선보였습니다. 


3. ZK/U 월요살롱


사진_월요살롱 @ZK/U 부엌

 

캐나다에서 온 큐레이터 쇼나는 작가들에게 살롱을 제안했습니다. 매주 월요일 저녁에 주방에 모여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데, 3주에 걸쳐 주제는 퍼블릭 스페이스였습니다. 각자 이미지를 가져와 각자 이해하는 퍼블릭 스페이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란에서 온 새로온 작가는 길거리에서 이불을 펴고 누워있는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란에서 그녀의 행위는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이슬람 국가에서 젊은 여성인 그녀가 공공장소에서 누워있는 행위는 그 자체로 굉장히 위험하다고 합니다. 얼마 후 그녀의 집으로 그녀의 행위를 경고하는 내용의 우편물이 전달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시작되면 너도 나도 질문을 던집니다. 살롱은 오후 7시에 시작해 밤10시가 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는데, 살롱에 참여한 작가들끼리 7월 마지막주에 남자용 공중화장실에서 공공장소에 개입하는 프로젝트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럼 다음주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댓글남기기
이전보기목록보기다음보기
  • 페이스북
  • 블로그
  • 주소복사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